평소 봇을 소재로 한 영화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 영화, 드라마는 두루 보는 편이다.누군가는 영화 ‘her’의 소감을 컴퓨터 os에 속는 한 남자의 기예라며 감수성, 상상력 제로의 생각지도 못한 드라이한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좋든 나쁘든 뭔가 한 대 맞은 기분.워낙 로맨스, 판타지, SF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의견이어서… 그냥 감성이 안 맞네. 나뭇결이 다르네. 해버렸네.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거야.봇 영화도 카테고리가 다양하지만 SF도 좋지만 로맨스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봇과의 사랑이라는 단순한 의미보다 더 사랑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룬 스타일을 좋아한다. 단지 봇이라는 소재를 빌려서 이야기 하는것 뿐…관계, 감정의 변화, 교감, 갈등, 생각을 던져주는 영화.봇 영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Joe 조와 Her 그녀다 조를 연기한 레아세이두, 콜을 연기한 이반 맥그리거.둘 다 너무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특히 레아세이두.둘 다 제목이 알파벳 세 글자라는 공통점이 있네.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임을 밝히고…
오랜만에 생각난 영화 ‘Joe 조’ 성만으로도 멋진 네임이 될 수 있어. 대부분의 봇 영화 속에는 봇을 만든 설계자, 개발자가 나오기 마련이다.대부분의 개발자는 남자다. 분명 여성 개발자도 있을 텐데… 남자와 여자의 성향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걸까.남자의 소유욕, 여자의 귀찮은 봇까지 만들어서 감정소비를 해야 하나.이 영화에서도 자신이 만든 봇 ‘조’와 사랑에 빠지는 설계자는 남자 ‘콜’이다.아무래도 남자들이 로봇을 더 좋아해서? 아닌가. 사건의 시작은 자신이 만든 봇이 갑자기 사랑한다는 고백을 해오면 당황하는 제작자의 마음 상태로 감정이입해 보게 된다.자기를 사랑하도록 설계도 안 했는데.봇 스스로 진화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봇과의 사랑 질린 소재 아니야? 하면서도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조’는 자신이 봇인 줄 모르고 진짜 사람이라고 느끼고 진실을 알고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매우 철학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봇이면서 봇임을 모른다는 것에 대해…’콜’은 자신이 만든 ‘조’를 사랑했지만 사고로 인해 조의 민낯을 다시 한 번 자각한다.감정적으로는 사랑하지만 인간의 몸체가 아닌 실리콘 덩어리 속의 부품을 목격한 뒤 내가 지금 봇과 뭐하고 있어?’ 라는 현자타임이 온 것이다.
사고를 당해 실려와 긴급 수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는 육체적인 것과 생물학적인 것을 뛰어넘고 콜과의 향후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감정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끝까지 대답하지 않는 콜.남녀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여기서도 드러난다.여자의 복잡한 회로와 남자의 단순한 회로.콜은 헤어진 전처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전 부인의 말 속에는 “네가 너무 일만 파고들어 나는 외로웠다” 그 외로움 때문에 생긴 게 ‘조’의 탄생 배경이었을 수도 있다.여자 인간과 헤어져 여자봇을 만들고 여자봇이 사랑한다고 하니 다시 도피하는 남자.이것은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콜”이라는 나약한 남자. 보다 넓게 인간의 성향을 다룬 것이 아닌가 싶다.영화는 판타지로 끝난다.’조’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작위적일 수 있지만 이들의 사랑을 극복했다는 징후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전시회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뒤 ‘조’가 출근했을 때 ‘조’의 책상 위로 가볍게 떨어지는 느낌의 보스턴 가방과 ‘주차장으로 와’라는 메모를 들고 주차장에 있는 콜을 만나 차를 타고 출발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싱싱하게 설레는 느낌.여행 가방이나 메모, 차를 타고 가볍게 외출하라.흘리는 이야기를 실행에 옮겨주는 깜짝형 선물.그리고 숲속 산막에 도착해 가방에서 “콜” 선물을 찾는 것. 그건 향수였어.향수 냄새를 맡고 눈을 감는 레아세이두도 너무 귀여웠다.숲 산책, 호수 수영, 함께 요리하기, 산막에서의 하룻밤.캬오~ 정신 차려…
평생 떠나지 않고 옆에서 나만 위해 해주고 싸우지도 실망하지도 않고 자신에 대한 정보와 빅데이터에 최적화돼 있는 인간 같은 봇. 바로 인간의 판타지임에 틀림없다.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부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감정까지 파악하고 대응해준다는 것이…모델링된 감정이 알고리즘 로직에 의해 튀어나온다면 말이다.변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모델링하는 감정 데이터 수집도 엄청 오래 걸리겠지… 일일이 매칭하는 프로그래밍을 하려면… 더… 감정을 학습하고 할 수 있다면 인간의 불완전한 결함을 어떻게 학습할 수 있을까?인간 자신도 자기 마음을 모를 때도 많은데.그럼에도 불구하고 봇의 이야기는 매력적이다.옛날이나 앞으로도 계속 변주해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그런데 왜 그렇게 인간은 봇을 인간답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일까.창조자 전지적 시점의 성향이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