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는) 정말 재미있었던 넷플릭스/왓챠 외국드라마 10개

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매우 좋아하지만 마음먹고 보면 하루 10시간 이상씩 1~2주 동안 보곤 합니다. 대학시절에도 일주일 동안 모든 수업을 빼먹고 학교도서관 DVD실에서 하루 종일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철없는 신입생 시절)

이렇게 드라마를 좋아하는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었던 유명한 작품을 10개 가져왔습니다. 이미 워낙 유명한 거라 미국 드라마를 즐기시는 분들은 다들 봤을 수도 있어요.

  1. 프렌즈 (넷플릭스)

아주 오래된 미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넷플릭스 상위 시청자 수에 많은 사람들에게 레전드로 꼽히는 시트콤 드라마입니다.(나에게도 인생 최고의 드라마) 최근에는 출연 배우들이 다시 모여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옛날 시트콤 특유의 방청객들의 웃음소리가 중간중간 들어가 있어 웃음 포인트를 찾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캐릭터가 잘 안 보이는데 몇 회 보고 있으면 금방 빠져요(챈들러의 천진난만한 연기는 정말 최고).

미국 유머는 우리가 이해하기가 좀 힘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 보면 아찔하면서 보게 됩니다.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그 익숙한 캐릭터 사이에서 나오는 케미가 황홀할 정도로 재미있어요(연기도 잘하고 어색하지 않아요) 그냥 재미있기만 한 대학생활 친구 같은 그런 편안함과 유쾌함이 있어요. 그리고 90년대 미국 패션을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인데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게 신기해요.

다 보기 아까워서 아끼고 있는데 아마 다 봐도 처음부터 다시 정주행 할 거예요. 평생 보고 싶은 드라마입니다.

2) 심야식당 (넷플릭스 웨이브)

일본에서 심야식당을 운영하는 마스터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원작만화도 있다). 처음에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고독한 미식가’와 비슷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요리보다는 식당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음식에 집중하는 고독한 미식가와는 조금 다릅니다.

훨씬 온화하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분위기가 일품이어서 야근에서 돌아온 날이나 주말 저녁에 혼자 술 마시며 보기 좋습니다. 심야식당과 함께 마신 맥주가 한쪽은 될 것 같네요. 이것도 정말 아끼던 드라마인데… 결국 다 봐서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것 역시 제 인생 드라마 중 하나로, 제 노후 계획이 이런 심야 식당을 여는 것일 정도로 큰 감명을 준 드라마입니다. 옛날 시즌은 웨이브에서 볼 수 있고 최근 시즌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봐도 상관없고, 영화 버전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도쿄 스토리 시즌편에는 국내 배우도 등장합니다.

국내에서 리메이크 된 적도 있어요. 마스터 역을 김승우 배우님이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식당 분위기를 밝게 연출한 게 아쉬워서 보게 되었습니다.

3) 나르코스 (넷플릭스)

빌 게이츠가 즐긴 미드로 유명한 나르코스입니다. 제가 사실 단순한 범죄영화나 드라마는 좀 지루하게 느껴져서 시작하는 걸 싫어하는데 나루코스도 그런 이유로 찜만 해놓고 정말 뒤늦게 봤어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콜롬비아 마약왕과 그를 잡으려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언어(에스파냐어)가 나와서 이질감도 있고 인물들도 누가 누군지 잘 모르고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에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꾸준히 빌드를 쌓으면 미친 듯이 빠져듭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반씩 봤는데 흐름을 타고는 시즌 한 편을 앉은 자리에서 다 본 기억이 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중간에 자료화면이 나오는데 실제 사진이나 영상) 현실감이 살아있고 드라마 특유의 억지 전개도 적은 편이라 너무 무심하면서도 매력적인 그런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멕시코편은 호불호가 갈려서 기존 시즌 1~3만 봐도 충분합니다.

4) 섹스 앤드 더 시티 (왓쳐)

이것도 전설의 레전드 드라마죠. 이 드라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이름을 처음 듣는 분들은 그냥 야한 드라마 아닌가? 그렇기도 하지만(저도 그랬습니다) 단순히 그런 느낌의 드라마가 아닙니다(어렸을 때 집에서 채널을 돌리다 이 드라마 이름이 나오면 황급히 채널을 바꾼 기억이 있습니다).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미국 30대 여성의 패션, 성생활, 연애, 인간관계 등을 다루었습니다.

위의 프렌즈가 풋풋하고 로맨틱한 20대 친구의 느낌이라면 섹스 앤드 더 시티는 꾸밈없고 솔직한 30대 친구를 보는 느낌입니다. 주인공 4명의 케미를 보는 것도 정말 유쾌하고(시트콤까지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재밌어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패션이 정말 유명합니다.

주로 여성분들에게 인생드라마로 많이 꼽히는데 남성인 저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여자들이 쇼핑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요? 전자기기나 게임기에 열중하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워너비 아이템에 미치는 건 똑같아요.

정말 ‘집밥 같은 건 개 줘!’라는 느낌의 드라마였어요(아직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다 보지 못했어요). 시청할 때 뒤쪽과 소리에 조금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왕좌의 게임 (왓챠)

모든 미드/영드/일드를 합쳐 인생에서 최고의 기억으로 남는 드라마는 무엇인지 꼽는다면 저는 왕좌의 게임을 선택할 것입니다. 소설 원작의 이 드라마는 전 세계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유명하다고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말도 안 되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 전개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인생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연출도 훌륭하지만 스토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절대 검색하지 마시고 하루빨리 직접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괜히 먼 곳에서 스포일러를 받게 되면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스릴 만점의 경험을 영원히 잃게 됩니다. 불을 지르고 물을 쏘는 화려한 판타지 SF를 기대하셨던 분이라면 초반에는 다소 지루하실 수 있지만, 단언컨대 압도적인 연출과 스토리의 힘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주는 수준의 드라마를 죽기 전에 다시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마지막 시즌이 폭망(이전 시즌에 비해)되어 용두사미가 되어 버린 비운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마지막 시즌을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영원히 제 마음속에 최고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6) 세상에 기묘한 이야기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전설을 쓴 SF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80-90년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상 현상에 대한 이야기로 복고풍 감성으로 미국인들의 운팔 같은 드라마입니다. 사실 국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굉장히 디테일한 드라마라고 하는데 한국인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 시절에 미국에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고 곳곳에 나오는 패션이나 소품들이 복고 감성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도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스토리나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고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가 가끔 심장을 뛰게 합니다. 아역배우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유명하지 않아서 낯설었는데 캐릭터도 정말 매력적이고(지금은 다들 유명해졌어요) 장르가 ‘레트로 SF 스릴러(?)’ 느낌이라 다소 신선하기도 해요. 저는 이런 장르의 드라마/영화를 특히 좋아해서 계속 재밌게 봤어요.

제목만 보면 옴니버스 형식인 것 같은데 스토리를 계속 전개하는 드라마입니다.

7. 위처 (넷플릭스)

위처라는 소설과 게임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국내에서는 게임이 훨씬 유명합니다.) 의뢰를 받고 괴물을 처치해 주는 사냥꾼 이야기인데 보통 생각하는 영웅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요. 게임의 실사화 느낌으로 퀄리티나 연출이 잘 선택되어 원작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꽤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런 디테일이 보이지도 않고 설명이 다소 부족해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던 것 같네요.

위처라는 게임으로 치면 많은 사람들의 인생 게임으로 꼽히는 콘솔 게임입니다. 오늘은 게임이 아니라 드라마 리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짧게 하고 넘어가는데 저에게도 인생게임으로 꼽히는 것으로 처음 넷플릭스에 드라마로 방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게롤트 역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디테일에 소름이 끼치고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배우가 이 원작 게임의 열렬한 팬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영업용 댓글이 아니었다는 것을 숨결 하나로 깨달았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을 맡은 배우(슈퍼맨을 연기한 배우)가 절반 이상을 끌고 갑니다. 원작 팬이라면 그저 이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1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다만 남주가 워낙 게임 디테일을 잘 살리다 보니 그렇지 않은 여주 쪽은 싱크로율이 떨어져 조금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단순한 실사화가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원작 팬들은 아무래도 기대하는 바가 있으니까요.

오늘 언급한 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마니아적이지만 원작 게임만 해보면 다음 시즌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8. 김씨의 편의점 (넷플릭스)

캐나다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입니다. 외국 드라마에서 한국의 문화나 언어, 소품 등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이지만 솔직히 한국을 100% 이해한 사람이 연출을 한 것 같지 않고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이제 철 지난 ‘한국인은 이런 거 안 해?’라는 느낌의 편견 같은 연출이 가끔 등장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시각이 아니라 서양인의 시각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 모습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고, 한국의 고절적인 문화적 폐해(외모지상주의 같은)를 꼬집는 부분도 있습니다.

배우들이 가끔 한국어를 하는 것이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왜 저는 함보칼스는 함보칼스가 한국 땅이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시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어요.)

옴니버스식이라 하나하나 잘라보기 쉽지만 공감대장인 한국인 입장에서는 에피소드 전개가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을까 해서 가끔 온몸이 움츠러들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드라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시즌 5까지 나왔습니다.

9) 셜록 (넷플릭스)

내 인생 드라마는 왕좌의 게임, 인생 게임은 위처, 인생 소설은? 단연 셜록 홈즈입니다. 저는 머리가 나쁘지만 명석한 두뇌를 활용하여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추리물을 매우 좋아합니다. 군대에 있을 때 (군대 이야기, 죄송합니다) 허구의 날 셜록 홈즈의 소설을 읽곤 했는데 후임들에게 매일 영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빠져 있을 때는 생활관에서 일어난 사건을 추리하겠다고 우긴 적도 있었어요(한 번만 찍어서 맞춰볼게요).

어쨌든 최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국 드라마는 소설 못지않은 명작입니다. 국내에서 지금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인지도를 높인 일등공신이자 그의 연기는 기존의 틀에 박힌 셜록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셜록을 탄생시켰습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이 드라마의 연출인데 추리 과정을 정말 다이내믹하게 표현합니다. 아마 이 드라마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즌별 에피소드가 몇 개 없는 대신 한 편 한 편이 길어요. 잘 나온 영화를 여러 편으로 나눠보는 느낌이에요. 여전히 최고의 드라마이고 환상적인 추리물을 경험하고 싶다면 정말 추천합니다.

10. 종이의 집 (넷플릭스)

범죄를 때리는 드라마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드라마, ‘종이의 집’입니다. 저는 원래 도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난 스토리는 잘 못해요. 주인공은 무조건 착하고 정의로워야 할 권선징악 스토리를 많이 보는데, 한편으로는 또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나 스토리도 정말 좋아합니다. 저에게는 그런 두 관점이 충돌하는 혼란스럽고 매력적인 작품이며 연출이 최고여서 몰입감이 폭발합니다. 고작 건물 하나로 진행되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드라마보다 긴장감이 넘치고 쫓기는 두뇌싸움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1, 2가 최고였던 것 같고, 지난 시즌만 봐도 이 작품의 매력이 정신없이 느껴져요. 강렬한 빨간색 복장과 마스크(실제 화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가 뇌리 깊숙이 꽂히는 작품이라 지적으로 폭발하는 교수라는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