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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주말판 (기내용) 2021년 10월 16~17일 여행작가 강한나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원은 1909년 일제가 순종을 유폐시킨 뒤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창경궁 춘당지 북쪽에 만든 ‘창덕궁 대온실’이다. 과거의 아픈 역사적 배경 아래 외국의 관상식물을 전시했던 서양식 온실의 첫걸음이 백년 후 거대한 정글 숲을 품은 온실로 발전할 것을 상상했을까. 지난해 1월 한려수도의 중심인 거제도를 대표하는 명소가 새롭게 탄생했다. 나무 줄기를 꼭 쥐고 있는 영화 속 주인공 타잔이 대문에서 나와 환영했고, 정글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며 300여 종의 열대식물이 다채롭게 어우러지는 ‘녹색정글’ 탐험에 직접 나서봤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은색 정글 돔 주변에 생태 수생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여행작가 강한나
국내 최대 높이의 은빛 유리돔 황금색으로 익어 고개를 숙인 벼 사이로 사계절 푸른 정글이 펼쳐진다. 거제의 새로운 랜드마크 거제 정글돔이다. 도심에서 두동터널을 지나 그 길을 곧장 내려가면 논 사이로 정글돔의 은빛 자태가 그대로 나타난다. 건설에만 약 4년이 걸렸다는 30m 높이의 높은 유리돔은 기둥 하나 없이 유리편 7500장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다. 유리돔을 멀리서 바라보면 먼 옛날 정글을 걷던 공룡알 같기도 하지만 원래는 거제도 앞바다의 수호자 고래를 형상화하여 만든 것이다. 은빛고래를 안고 있는 생태수생정원 사이를 천천히 걸어 돔 내부로 입장했다. 지구 반대편 열대우림 지역에 들어 있는 듯 고온다습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한겨울까지 항상 실내 온도를 20도 이상 유지하고 있는 정글돔 내부는 8개의 거대한 팬이 공기층을 순환하는 역할을 해 거대한 열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글숲을 즐기는 방법 거제 정글돔 2km에 달하는 산책로는 일방통행 관람로다. 정글 입구부터 여행을 시작하면 돔을 탈출할 때까지 각각의 테마별 스토리가 이어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연속적으로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입구에서 출발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정글산을 오르면 이미 2층 입구에서 수많은 관광객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정글돔의 명물 새둥지 포토존으로 가는 길이다. 새둥지 포토존 지역은 커플과 친구 여행객부터 4인 가족 여행객까지 한 팀씩만 입장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30분 이상 줄을 서야 포토존 입구 부근에 겨우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직원의 안내에 따라 정글 계곡 길을 지나 LED 전구로 수놓은 빛의 동굴을 걸었다. 이어 거대한 야자수 사이를 정글 하늘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가장 높은 곳에 다다랐다. 정글돔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정글 전망대는 푸르게 우거진 열대 숲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이색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정글액자 포토존이 있다. 전망대를 내려가면 마침내 울창한 정글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유리돔 속 정글 숲의 세계는 인공적인 구조물로 만들어졌는데 계곡 주변에 숨쉬는 작은 이끼와 동굴 속에 울려 퍼지는 시원한 폭포 소리, 그리고 폭포 주변에 흩어지는 물보라, 관광객의 몸을 스치는 거대한 야자나무 잎과 줄기 식물까지 생각보다 한층 정글다운 섬세함이 살아 있었다.
정글돔 내부는 300여 종의 아열대 식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여행작가 강한나
사계절 마르지 않는 석부작 계곡 10m 높이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정글 폭포와 계곡은 중국 장가계의 자연경관을 모티브로 한 인공구조물이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보라가 겹겹이 흩어져 신비로운 연기를 내뿜는 계곡 주변에는 연신 셔터를 누르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계곡 곳곳에 위치한 석부작은 자연석과 식물을 조화롭게 만들어낸 작품이다. 돌 모양과 조합하는 식물의 모양에 따라 다채로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식물이 자라면서 뿌리가 자연석을 덮어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다. 거제 정글돔의 대표 작품 ‘석부작계곡’은 거제의 대표 시조 시인이자 수필가, 문학과 예술을 겸비한 한국 난계의 거목 ‘능곡 이성보’ 선생의 작품이다. 자연석을 여러 단으로 연결한 후 다양한 식물을 조합하여 살아있는 돌기둥을 창조하였다. 식물이 자연석 위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강인한 생명력과 삶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마치 인간의 삶을 보는 듯하다. 석부작 계곡을 지나 출구를 향해 뻗은 산책로에서는 파인애플과 식물 아나나스, 에크메어 파시아트 등 다양한 열대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정글 숲 속을 걷다 보면 달별로 거제식물원이 선정하는 이달의 식물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껴졌다.
석부작 계곡과 인공 정글 폭포ⓒ 여행작가 강한나
정글 동굴 사이로 거대한 돔 천장이 보인다. ⓒ여행작가 강한나 Travel Info 입장정보 ◇ 입장시간: 하계(3~10월) 09:30~18:00(17:00 티켓, 입장마감), 겨울철(11~2월) 09:00~17:00(16:00 티켓, 입장마감), 매주 월요일 휴관, 실내는 습기가 많고 더운 편이므로 상의 안에 얇은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입장료 :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만 6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인 사람은 면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관람인원 360명으로 제한된다.
접근 ◇ 승용차 : 한남IC → 경부고속도로 → 통영대전고속도로 → 사곡교차로 → 두동터널 → 거제식물원 → 대중교통 : 고현터미널 ◇ 거제식물원(거제향교 방향), 50, 51, 52, 53-1, 54, 54-1.55, 55-1, 56, 57, 67-1 탑승 후 굿뉴스병원 하차 (약 30분)
자는곳◇거제삼성호텔 (055-631-2114): 차로 약 15분거리에 위치한 경남 유일의 5성급호텔/경남 거제시장평3로
주변 볼거리 ◇ 숲소리공원 : 동식물과 테라피가 융합된 자연체험 테마공원, 곤충·표고버섯 체험장과 동물체험장 등 어린이들을 위한 자연학습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 한국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포로수용소를 개조하여 조성한 유적공원으로 당시 포로의 생활 모습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 해당 기사는 동아일보 2022년 10월 16일 기내판 여행면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게재되었습니다.
지음사진 강한나(여행작가[email protected])
(G)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저서로는 ‘리얼 블라디보스토크’, ‘리얼 몽골’이 있으며 신문과 잡지·사보에 여행 칼럼을 쓴다. 경기관광공사 <2020 경기도 구석구석 관광테마골목> 필진 등에서 활동하며 여행 경험을 나누고 있다.
여행작가 강한나_작가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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