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전기가 나가면 어떻게 될까? – 전기 의존 시대의 고찰

인류의 역사를 구분하는 방법으로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와 같은 시대적 구분과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를 분류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그 중에서도 ‘철’은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중요한 것입니다.소로 꼽히지만 우리는 지금도 철기의 일부인 자동차나 각종 기계 등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철기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철의 사용은 기원전 3000년경에 이미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 시기와 현재를 크게 구분하는 것은 역시 ‘에너지'(energy)일 것입니다.

1800년경 산업혁명 전까지는 인류의 에너지원은 수력과 풍력을 제외하면 ‘인력, 마력, 우력’이었습니다.과거의 ‘마력’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당시 몽골을 비롯한 기마민족의 압도적인 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그리고 그것을 격변시킨 것이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한 ‘산업혁명’입니다.산업혁명, 즉 에너지 혁명을 통해 우리 인류는 도구가 아닌 ‘에너지가 사회의 본연의 자세를 규정하는’ 일명 ‘에너지 시대’에 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에너지 시대는 더욱 세분화된 석탄/석유 시대로 바뀌었고, 현재 우리는 모든 경제·사회 활동을 전기에 의존하는 ‘전기 의존 사회’로 진입하게 되었습니다.하지만 이대로 전기에만 의존하는 생활을 해도 되는지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현재 전기에 관한 가장 큰 문제는 ‘보존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전기의 흐름은 물의 흐름과 매우 비슷합니다.그러니까 전기의 속성이 물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건데 물레방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은 흐르면서 일을 합니다.이렇게 흘러내린 물은 따로 퍼올리지 않는 한 다시 물레방아에 떨어지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전기는 전하의 흐름이고 전하는 저항을 지나면서 일을 하지만 일을 하고 전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 번 쓴 전언은 그것으로 끝입니다. 따라서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것에는 항상 새로운 전하가 공급되어야 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전선을 따라 전하가 끊임없이 흐르도록 해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 흘려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발전소에서는 새로운 전하를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어디선가 전기제품을 사용하면 전선을 흐르던 전자가 줄어들 것이고, 이를 바로 채워주지 않으면 결국 전하를 바로 다 써버려 어떤 전기기구도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따라서 발전소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항상 사용되는 양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갑자기 사용량이 늘어나더라도 안정적으로 전하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필요량보다 넉넉하게 공급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분의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발전소가 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당장 낮과 밤만 비교해도 낮에 엄청나게 많은 전력 소모량을 견디기 위해 열심히 가동하던 발전소가 밤사이엔 쉬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발전소 하나 건설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래서는 낭비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특히 재생에너지는 날씨나 지형적인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뛰기 때문에 항상 필요한 전력량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여분의 발전소를 많이 건설해야 합니다. 화력발전소가 필요한 이유도 전력 수요량에 따라 전원을 끄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에 수요량 변화에 쉽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광 발전만으로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려면 수많은 발전 시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기를 꽤 많이 만들 수 있는 낮에 전기를 모아놓고 밤에 쓸 수 있다면 필요한 만큼의 발전시설만으로도 충분합니다.전기 공급량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전지’입니다.전지는 흐르는 전기를 모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전기가 남을 때는 전지에 모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발전소를 꼭 필요한 만큼 건설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전력 생산량의 변동폭이 큰 재생 가능 에너지만으로도 문제없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저장하는 것은 지금처럼 가정이나 산업현장 어디에서나 전기를 널리 사용하고 나서 항상 필요한 일이었습니다.생물의 체내에 전기가 흐르듯 인체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뇌에서 흐르는 전류인 ‘뇌파’에 의해 인간의 뇌는 일종의 ‘전기회로’와 같다는 관측도 있었습니다.그러나 실제로는 인체를 흐르는 전류는 화학 반응의 결과로 생기고 뇌의 시냅스 등에서의 정보 전달도 화학 반응이 크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생물의 동력은 어디까지나 화학반응이고 전기는 화학반응의 결과로 흐르는 것’입니다.요컨대 화학반응의 결과 전기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생성된 전기가 생물학적 기계를 움직이기 위한 중개역할로 사용되고 있는데, 바로 전기가 에너지와 도구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또한 자연계에서 전기에너지를 채굴할 수 없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물론 천둥, 정전기 등 여러 종류의 전기가 자연계에 존재하지만 이들은 금세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일정한 형태로 장시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할 때 가장 큰 난관은 전기를 모으는 전지지만 실제로 리튬이나 전고체 전지 등 각종 전지가 좀처럼 실용적으로 개발되지 않고 있습니다.실제로 전지의 성능은 양극과 음극의 전위차에 크게 의존하는데, 즉 양극과 음극에 어떤 물질이 사용되느냐에 따라 전지의 기본 성능이 결정됩니다. 음극은 그래파이트를 능가하는 물질이 사용된 것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최근 아연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2차 전지용으로서의 효과는 아직 불분명합니다.양극에서도 이미 많은 물질이 시도되고 있어 획기적인 성능을 가진 물질이 조만간 발견될 가능성은 낮습니다.이것은 혁명적인 성능을 가진 전지가 앞에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화학전지의 불가피한 숙명은 사용을 거듭할수록 충전량이 점점 줄어들고 수명이 다한다는 것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를 이용하는 스마트폰만 봐도 알 수 있는 문제점입니다.다만 리튬이온전지의 주재료인 리튬이 희귀한 금속이라 문제가 되지만 리튬이 생산되는 곳은 제한됐지만 IT산업이 발전하고 세계적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필요한 리튬의 양은 많아지고 있습니다.채굴과 정련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또한 메모리 현상이 없어도 화학 전지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고 대용량 전지를 만들려면 매우 많은 양이 필요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전기를 모으기 어려운 또 다른 예로 원유가 있습니다.일본의 경우 탱크를 준비하면 일본 전국 사용량의 180일분 정도의 원유 비축을 할 수 있습니다.반면 전기의 경우는 단 하루치를 비축하려고 해도 현재 기술로는 무리입니다.그 때문에 비축하기 어려운 전기를 가솔린(에너지)의 형태로 운반해, 즉석에서 발전시켜 최대한 전기를 모으는 구조가 합리적입니다.이는 단순히 자동차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를 화석연료 등의 형태로 보관하고 필요에 따라 즉석에서 발전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전기에너지라는말이일상적으로사용되는데사실전기는에너지가아니라에너지의결과물입니다.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학에너지’는 물질에 내재되어 있지만 전기에너지는 이러한 화학에너지나 자연의 운동에너지가 만들어내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화석연료를 최대한 활용한 산업혁명으로 세계는 본격적인 석유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전후 컴퓨터, 인터넷의 발전으로 화석연료에 의해 발전되는 전기 의존시대가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그러나 전기 의존 시대의 역사는 1876년 그레이엄 벨의 전화 발명과 1879년 에디슨의 전구 발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도 불과 100~150년의 역사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짧은 역사를 가진 전기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는 이미 전기에 관한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지금과 같은 디지털 의존 사회에서 정전이나 장애가 발생할 경우 일부 문제로 시스템 전체가 다운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는 컴퓨터 네트워크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발생할 위험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실제로 일본의 JR 중앙선은 ‘자주 멈추는 노선’으로 유명하지만 운영하는 거리가 길기 때문에 어느 역이든 문제나 장애가 발생하면 바로 역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물론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것은 매우 편리합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극히 일부 문제로 인해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전환으로 컴퓨터 시스템이 점점 비대해지는 모습은 마치 초대형 전함이나 백악기 공룡의 말로를 연상시킵니다. 컴퓨터 시스템에도 합리적인 적정 규모가 존재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거대화는 점점 더 자멸의 길로 치닫는 것처럼 보입니다.전기가 워낙 편리해 발명 직후 전 세계로 급속히 퍼졌지만, 전기는 화석연료와 달리 비축이 어려운데다 요즘처럼 공급이 불안정한 시기에 전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대의 전기 문명은 대규모 정전이나 통신 장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언제 일어날지 모릅니다. 적어도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로 인류가 멸망하는 것보다 수천 배, 수만 배는 더 높은 확률로 일어날 것입니다.실제로 IT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전력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습니다.과학기술진흥기구가 2021년 발표한 ‘정보화 사회의 진전이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ICT 섹터의 소비전력은 2018년부터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가 14TWh에서 90TWh로 6.4배, 그리고 네트워크가 같은 기간 23TWh에서 93TWh로 4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후에도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자원에너지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발전전력량은 1000.8TWh로 2년이 지난 올여름에는 전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2030년 전후에는 ICT 전력 소비 증가로 인한 만성적인 전력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ICT로 인한 소비전력의 급증은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인해 지금 전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소비전력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급속히 전력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데이터센터의 경우 소비전력 증가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고성능 GPU 등장

이들을 조합해 전력 생산과 소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grid)’ 기술은 원자력을 비롯한 일부 대형 발전소의 전력 공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중앙 집중식 전력 공급과 소비 시스템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대규모 정전이나 위성 및 항공기 장애, GPS 교란, 통신 두절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태양폭풍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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