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측의 요청을 받아들인 기자들은 가벼운 질문만 했다

당선자 측의 요청을 받아들인 기자들은 가벼운 질문만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입력 2022.03.26.16:06

https://news.v.daum.net/v/20220326160605689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가벼운 질문 요청 무보수 박근혜병풍 기자 재현되나

[민주언론시민연합]

▲ 윤석열 당선자 즉석 다담회를 강조한 종합편성 4개사(3/23).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JTBC·TV조선·채널A·MBN ⓒ 민주언론시민연합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건물 앞에 간이 기자실이 마련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출근길 기자실에 들러 기자들과 다담회를 가졌으며 기자들도 취재보다는 담소에 가까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종편 4사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과 저녁 종합뉴스, 다음날 신문 지면에는 윤 당선자와 기자들의 다담회 소식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3월 23일)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기자회견이 아닌 만큼 현안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는 당선인 측의 요청을 받아들인 기자들이 윤 당선자에게 가벼운 질문만 했다는 겁니다.

취재기자는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통의동과 삼청동으로 분리돼 있는데 대부분의 기자가 삼청동에 있고 통의동에서 현안 질문이 이뤄질 경우 참석하지 못하는 기자들이 있을 수 있으니 상견례 수준의 가벼운 질문만 해달라”는 사전 요청이 있었다고 추가 설명했습니다. 주영진 앵커는 “당선자 측의 요청이 있더라도 현안에 대한 질문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다른 곳에 있는 기자에게는 취재 내용을 공유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문제의식을 보였습니다.

가벼운 질문 사전 요청 보도 전무

▲ 종합편성 4사 시사대담 윤석열차담회 방송시간 및 사전요청 보도여부(3/23). 시간은 31초에서 1분으로 올려 계산하고 비율은 소수점 두 자릿수로 반올림해 계산.ⓒ민주언론시민연합

▲ 방송국 저녁종합뉴스(3/23) 신문 지면(3/24) 윤석열차 담회 보도 건수 및 사전 요청 보도 여부. 방송 단신 0.5건 처리.ⓒ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당선자와 기자들의 차담회가 진행된 3월 23일 종편 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JTBC <정치부회>,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 TOP10>, MBN <뉴스와이드>와 지상파 3사·종편 4사 저녁 종합뉴스, 다음날 3월 24일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를 조사했습니다.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지상파 3사를 제외하고는 ‘당선자 기자실 깜짝 방문’을 강조하며 ‘격의 없는 소통’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도가 주를 이뤘습니다. 당선자 측의 가벼운 질문 사전 요청은 어디에서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종편 시사 대담에서는 간이 기자실 준비를 지시한 윤석열 당선인의 선의와 소통 의지를 강조하는 화면 구성이 눈에 띄었다. 종편 4사 중 다담회 소식을 가장 길게 전한 채널A <뉴스 TOP 10>(3월 23일)은 다른 주제의 대담에 앞서 간이 기자실과 다담회 모습만 따로 담은 영상을 방송 시작 시 따로 내보냈습니다.

윤 당선인의 지시로 간이 기자실을 마련하게 됐다는 김은혜 대변인의 설명이 나오면서 윤 당선인의 취재지원 ‘선의’가 강조됐습니다. 기자실을 둘러보고 인사를 하는 윤 당선자에게 기자가 “티타임 한번 해주세요”라고 말하자 윤 당선인이 “어, 티타임? 우리 커피 한잔 합시다’라고 대답했고 기자들의 ‘우와’ 감탄사와 함께 다담회 모습이 소개되었습니다.

다담회가 즉석에서 진행된 장면은 종편 4사의 시사 대담에 모두 등장했습니다. 윤 당선인의 선의와 소통 의지를 부각시키는 효과도 냈는데요. 그러나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3월 23일)에 따르면 기자들은 윤 당선인의 기자실 방문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당선인 측에서 윤 당선인의 방문을 알리고 ‘현안이 아닌 상견례 수준의 가벼운 질문’을 사전에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자사 기자들이 인수위 현장 취재에 나서고 있는 종편 시사 대담 역시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지만 대담 중 ‘당선자 측 사전 요청’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24일 대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시시한 대화 내용의 자막으로 보여준 종합편성 3사(3/23). TV조선 채널A MBN 순.ⓒ민주언론시민연합 기자들이 가벼운 질문만 해달라는 당선인 측의 사전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대화는 윤석열 당선자의 혼밥 여부, 취임 후 기자들에게 김치찌개 요리 약속 이행 여부 등 시시한 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나마 현안에 가까운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시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인수인계 여부였지만 그나마 짧은 수준에 그쳤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 중대한 현안이 있고 종합편성 시사대담에서도 연일 신구 권력갈등과 대립 구도로 전하고 있지만 회담 대담에서 이런 지적이나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TV조선 채널A MBN 종편 3사는 아침엔 강아지와 함께.아내는 먹지 않는다’, ‘신청사에 가면 김치찌개 해줄게’ 같은 시시한 내용을 자막으로 틀었습니다.기자 A: 정말 혼밥 한 번도 안 먹었어요?

윤석열 차기 대통령: 아침은 혼자 가끔 먹어요. 근데 조식도 혼자 안 먹어. 강아지랑 같이 먹자.(중략)

기자 B: 예전에 취임하시면 기자들이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그 약속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여기서 할까, 여기서?

기자 C: 좋습니다.

윤석열 차기 대통령: 청사를 준비해서 가면 제가 하루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 한번, 양을 많이 만들어서 같이 먹어요.

언론과 적극 소통=이명박 프레스 프렌들리?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3월 23일)에서는 윤 당선인의 행보가 과거 이명박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진행을 맡은 신효섭 앵커: 프레스다방, 이런 얘기가 나오면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자들과 상당히 자주 접촉했던 이른바 프레스 프렌들리, 그게 연상된다고 하잖아요.

장윤정 TV조선 기자: 네, 특히 기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윤 당선인의 소통 의지를 칭찬하며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를 언급했는데요. 먼저 당선자 측이 가벼운 질문을 사전에 요청한 뒤 기자들이 수락해 진행된 다담회를 과연 격의 없는 대화와 소통의 의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나아가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언급하고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기자들과 자주 스킨십을 하고 친화력을 높이겠다며 ‘프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는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 일간지에 국한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및 홍보수석,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주요 인사 출신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라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은 보수 성향의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하는 언론자유 순위까지 큰 폭의 하락을 보이며 ‘언론의 자유국’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강등된 바 있습니다.

올해 MBC PD수첩(2월 8일)에서 국정원 언론사 사찰 문건을 공개하고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출연자를 퇴출시키고 프로그램 출연자와 방송 내용까지 간섭하며 언론 장악을 위해 다수의 국가기관을 동원한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최악의 언론 장악’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를 ‘언론과 적극적 소통’의 예로 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종편 4사 저녁 종합뉴스에서도 윤석열 당첨자의 다담회 소식이 보도됐지만, ‘풍산개 인수인계’ 소식에 집중한 JTBC 외에는 모두 ‘즉석 다담회’와 ‘윤 당선인의 김치찌개 약속 이행’ 내용을 전했습니다. 윤 당선인 측의 사전 요청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MBN <정치톡톡/취재진과 티타임>(3월 23일노태현 기자)에서는 “(이날 다담회는) ‘현안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즉각 이뤄진 것이지만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전했습니다. MBN을 비롯한 종편 4사는 당선인 측의 사전 요청과 기자들의 수락 과정을 모두 알고 있었을 텐데 보도하지 않고 ‘즉석 차담회’만 강조했습니다. 지난 24일 추가 보도를 낸 JTBC에서도 당선자 측의 사전 요청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윤석열 당선자 다담회 신문 지면 사진 기사(3/24).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민주언론시민연합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도 종편 시사대담·저녁 종합뉴스와 다르지 않았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와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사진기사로도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사진 속 다담회 풍경은 시간순으로 찍은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로 비슷한 구도입니다.

신문 지면 보도도 당선인 측의 사전 요청 사실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당선인 깜짝 방문을 강조했습니다. 25일에도 사전 요청 사실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 ‘윤석열 당선자 깜짝 방문’ 강조한신문 지면(3/24) ⓒ 민주언론시민연합 ‘박근혜 병풍’ 된 기자들 재연되나

윤석열 당선자 측이 가벼운 질문을 사전 요청했고 기자들이 수락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당선자와 기자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기자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이명박 (이명박) 박근혜( 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권력의 언론 장악으로 인한 피해는 언론인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간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외압에 의한 왜곡·축소 보도도 부족하고 세월호 보도 참사까지 일어났습니다.

그러던 중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박근혜(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새해 첫날 돌연 ‘기자간담회’를 주최했지만 기자들은 박근혜(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기자간담회는 30분 전 긴급 공지돼 기자들의 노트북 반입을 막고 대화 녹음도 금지했으며 사진과 영상도 모두 청와대에 전속기자들이 촬영하도록 했습니다. 사실상 박근혜(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가 될 뻔했지만 청와대 기자단은 이를 거부하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지도 못했고, 박근혜(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시민들이 듣고 싶다는 답변을 이끌어내지도 않았습니다. ‘병풍처럼 서 있었다’는 비판을 받을 만했어요.

그러던 기자들이 이번에도 윤석열 당선자 측의 ‘가벼운 질문 사전 요청’을 수락하고 당선인과 사소한 대화를 이어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당선자 소통 의지를 찬양하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SBS <주영진 뉴스 브리핑>(3월 23일)에서 주영진 앵커는 “대통령 당선인이기 때문에 좀 어려워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기자는 질문하는 것이 기자, 대통령으로서도 기자는 기사를 보고 있는 시청자와 독자를 위해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인수위 취재기자들의 행동을 지적했습니다.

기자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대신합니다. 기자가 당선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벼운 질문을 던지고 이런 사전 조율 과정까지 보도하지 않고 당선자를 미화한다면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모니터 대상 : 2022년 3월 23일 JTBC <정치부 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 TOP10>, MBN <뉴스와이드>/3월 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A>, MBN <종합뉴스>/3월 2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지면보도

  • 시간은 31초에서 1분으로 올려 계산하였으며 비율은 소수점 2위를 반올림하여 계산하였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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