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생애 첫 피검사 [갑상선암 환자의 일기] 2

[2021.03.31. / 내 생애 첫 혈액검사]

3월달에 벚꽃을 보면서 집앞에서 살 빼지 말아줘.

집에서 열심히 운동을 했고 식단 관리도 병행했다. 아, 왠지 운동하면 할수록 더 피곤한 것 같아. 너무 무리했나봐. 매일 방에서 운동을 마친 뒤 침대에 누워서 하는 일은 너무 피곤해요, 피곤한 이유 등을 검색할 뿐이었다. 그리고 기분 탓일까? 할수록 살이 빠지지 않는 것 같았다. 고도비만인들은 남들보다 살이 빠지기 쉽다는데 나는 일주일, 2주 운동을 해도 고작 1kg 정도밖에 감량되지 않았다. 정말 열심히 운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만 살이 빠지지 않아요, 검색을 해봤을 때 상위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단어가 바로 ‘갑상선’이었다. 그제서야 갑상선이 우리 몸 안에 있는 장기라는 것을 알았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는 병을 갖고 있으면 다이어트를 해도 쉽게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증상도 나와 비슷하다. 살이 찌고 피곤해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병명을 의심하게 되었다.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하지만 한 번도 이런 일을 한 적도 없고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괜한 돈을 쓸까 봐 궁금했다. 그리고 왠지 병원에서 받는 혈액검사라고 하면 굉장히 비쌀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내내 고민 끝에 혈액검사를 한 번 해보려고 집 근처 내과를 방문하게 됐다.

진료실에 들어가 원장님께 제 증상을 설명하고 갑상선 문제가 의심돼 왔다고도 말씀드렸다. 선생님도 제 말을 듣고 아무래도 간 또는 갑상선 문제가 의심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간 수치와 갑상선 수치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넣어준다고 하셨다. 피검사 비용은 3만원 정도였다. 이틀 후에 검사 결과를 전화로 알려주신다고 하셨다. 얼마나 결과가 좋지 않을까 불안감에 떨며 기다렸고, 이틀이 지난 그날 하루 종일 휴대폰을 쥐고 전화를 기다렸다.

점심시간이 지나 원장님이 직접 전화를 하셨다. 간 수치, 갑상선 수치 모두 정상이라고 하셨다. 믿을 수 없어서 정말이에요? 다들 정상인가요? 를 몇 번이나 물었다. 이건 말도 안 돼요 선생님… 분명히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중성지방 수치가 조금 높기 때문에 체중을 감량하면 피로도 좋아진다고 하셨다. 역시 살이 찌면 피곤하다고 하던데… 아 내가 비만이라 이렇게 피곤했구나. 그만뒀던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했다. 확실히 식단과 운동을 병행해보니 좀 나아질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운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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