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가 제작한 로마 제국의 이야기를 다룬 미드 ‘로마(Rome, 2005~2007)’와는 다른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역사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라고 역사적 상황을 재현함에 있어 MBC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어색함이 시그니처인 재연배우 수준을 생각하면 오산이다.재연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피투성이의 대규모 전투 장면 등은 드라마 못지않은 수준급.역사 다큐멘터리라는 학술적이고 딱딱한 형식을 벗어난 드라마틱한 구성은 예상치 못한 정주행의 결과를 가져왔다.
향락을 즐기는 황제 칼리굴라(왼쪽)
청신호 딱지가 붙은 만큼 황제들의 문란과 음란을 학자들의 인터뷰로만 처리하지 않고 청신호 수준의 영상으로 재연해 보여주는 것이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에 비춰볼 때 뭔가 새로운 느낌이다.아마 로마 황제를 생각할 때 생각나는 이미지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음란과 문란이라고 하는데 그걸 제외하면 뭐랄까 김빠진 콜라 느낌(나만 쓰레기야?)
황제 칼리굴라의 동생이자 네로의 어머니가 되는 아그리피나(왼쪽)와 막내동생(오른쪽)은 형을 암살하려 한다.
시즌별로 각기 다른 황제를 다루고 있어 시간순으로 보면 시즌 2-3-1 순으로 순차적이지도 않은데다 시간순으로 배열해도 각 시즌별 황제의 관계가 연속적이지도 않아 어느 시즌이든 골라봐도 무방하다.
시즌 1에 컴모두스 황제, 시즌 3에는 칼리굴라 황제를 다룬 것으로 보아 만약 시즌 4를 제작했다면 네로 황제를 다루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세 황제 모두 제위 기간에 아무런 업적 없이 문란 난잡 난봉 폭정 광기를 유감없이 보여준 인물이니 네로가 지옥에서 본다면 자신이 빠진 것에 대해 조금 서운할 수도 있다.
짜고 있는 검투사 대결에 심취한 콤모두스 황제
이 두 황제를 뽑은 넷플릭스의 제작 의도는 폭군에 대해 조금 다른 시선을 가져보려는 것으로 보인다.도대체 무엇이 그 두 사람을 광기로 이끈 것일까.암살 위협, 가족의 배신, 원로원의 공격, 군중의 압박 등 결국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광기를 택했다는 쪽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하지만 역시 두 황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재미를 가장 많이 제공할 수 있는 황제이기 때문일 것이다.어떻게 보면 어린 나이에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지위에 올라 폭군이 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콤모두스 황제를 암살하려는 친언니 루실라
시즌2는 전후 시즌 인물과는 확연히 다른 그분.로마의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군주제의 불가역적인 초석을 마련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다룬다.서양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로마의 역사는 물론 황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 희대의 인플루언서를 다루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사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다루지 않고 컴모두스와 칼리굴라만을 다루는 것은 오직 다큐멘터리라는 프레임을 통해 자극적인 재미만을 이끌어낸다는 것으로 장르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카이사르로 중심을 잡는 것은 똑똑한 클리셰가 아닐 수 없다.
카이사르와 연인이 된 클레오파트라 – 이건 완전 영화야
전쟁과 내전의 승리, 국가개혁 등 화려한 업적과 죽음까지 스펙터클한 그의 삶 덕분에 다른 두 황제로부터 집중적으로 주목받는 음란과 방탕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멀어졌지만 그도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만큼 화려한 편력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 무모할 정도로 원대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추진력과 비상한 판단력을 수반하는 리더십, 그리고 그에 비례하는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함과 이를 정당화하는 끝없는 열정을 통해 불굴의 신념과 의지를 가진 단 한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나는 카이사르의 삶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스티브 잡스가 떠올랐다.아마 그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분명 그런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적이 된 정부의 아들 브루투스를 돕는 카이사르-결국 브루투스에 의해 암살당한다. 운명이란 정말…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의건 타의건, 권력의 정점에 선 이들 세 인물 모두 암살로 삶을 마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무상의 감정에 젖기도 한다.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죽어 가는 당시의 처참한 전투를 보면서 갑자기 저렇게 모두 칼과 방패와 화살로 싸울 때 어느 한쪽에 기관총이 있었다면 그 종족은 100명만 있어도 세계를 지배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그러고 보니 대량 살상이 가능한 무기의 비약적인 발전이 오히려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 같기도 하다.
시즌2의 주요 인물-베르킹 게트릭스(위), 폼페이우스(아래), 클레오파트라(오른쪽), 크라수스(왼쪽), 카이사르(가운데)
특히 시즌2는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추천할 수 있고, 여기에 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카이사르 시대를 다룬데다 언급한 HBO 제작 미드 ‘로마 시즌1’까지 곁들이면 좋겠다.
HBO 미드 로마는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사이의 아들이 사실 클레오파트라가 카이사르의 아들과 속이기 위해 일부러 로마 병사와 관계를 맺는 것으로 설정하는 등 픽션이 주는 재미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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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그 유명한 고대(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드. 현존하는 m.blog.naver.com 심본사의 이집트 환생인가?죽음 앞에서도 호루수의 눈을 되찾기를 갈망하는 여자 자야(Ja…m.b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