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Man’ssearch formeaning

오랜만에 번역본 제목이 너무 틀렸다고 생각하는 책을 만났다.80년대에 처음 출간된 책을 2020년대 들어 다시 출간하면서 원제를 크게 박은 것도 모두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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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의 Manssearch formeaning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면 시/에세이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는 철학 코너에 진열돼 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고 하면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에 해당하지만, ‘맨스 서치 포메닝’이라고 하면 인간 삶의 의미를 다루는 내용이므로 철학이 옳다.책 한 부만 놓고 보면 인터넷 서점 분류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뒤에 덧붙여진 2부, 특히 3부의 내용까지 포괄하는 분류는 역시 철학이다. 처음에는 로고테라피라는 용어에 심리학이나 종교를 떠올렸지만 1~3부를 모두 맞추려면 생각할수록 철학이 적절하다.

출처 : 네이버 책(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74172)1부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직접 경험했을 리 없는 무한한 강제수용소 에피소드로 최강의 이해를 불러일으킨다. 아무도 해본 적 없는 경험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에 과장 없이도 설득력이 대단하다.2부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진 이론 로고테라피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신진’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마치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익숙함이 있지만 그만큼 빅터 프랭클린의 이론이 수십 년간 널리 침투해 왔다는 증거다.3부는 이를 굳이 3부라고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짧은 글이다. 시기적으로 한참 뒤에 따로 써붙은 내용이므로 앞서 언급된 내용이 다시 등장해 요약 마무리의 개념으로 읽으면 된다.갈등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신경질환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갈등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에서 고통 역시 모두 다병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고통이 실존적 좌절 때문에 생긴 경우에는 그것을 신경질환의 증상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인 성취로 봐야 한다.[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2부-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 156쪽 로고테라피의 설명을 읽으며 가장 동의한 부분은 미래의 가능성을 긍정하고 현대 정신분석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세상의 만물을 성으로 환원시켜 버리는 프로이트적 접근은 이미 성가신 취급을 받고 있지만 과거의 경험, 특히 유년기 경험에 집착하는 경향은 여전하다. 인간은 충분히 가변적인데 말이야.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사람이 학대를 승계할 가능성이 높고 불안정 애착이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통계는 분명 유의미하다. 그러나 통계란 곧 확률일 뿐 확률은 절대적이지 않다. 과거의 사건을 나열해 놓고 현재의 자신을 분석하는 것은 언뜻 사후 확증적인 면도 없지 않다. 현재라는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정답을 찾기 쉽다는 뜻이다.

[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2부-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 155쪽 유년기의 역경, 학창시절의 고난 모두가 지금의 자신을 구성하는 부분이다. 경험은 의미 있고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과거에 경험한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끝없는 선택의 연속은 죽음의 순간까지 이어지고 선택은 새로운 갈림길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수많은 액션 스릴러 영화들이 극악의 상황에 놓인 인간 군상을 극단적으로 묘사하기는 한다. 그러나 아우슈비츠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말한다. 인간성을 상실하고 감정이 마르고 생각이 정지되는 나날 속에서도 사람들은 선택을 한다고. 인간 본성이란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고.피곤함을 모르고 되살아나는 MBTI 유행에 로고테라피를 걸고 싶은 요즘이다. 오은영의 ‘금조기’ 가정이 꼭 행복했으면 좋겠고, 네이트판에 올라오는 부모자녀 간의 갈등을 겪는 사람들도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도 20000여 쪽밖에 안 되는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최근에는 MBTI보다 ‘성인 애착’이 성행하는 모양새다. 유년기의 애착 형성이 그럭저럭 회피형 인간이 됐다거나 불안정 애착의 특징을 보이는 성인이 됐다는 식이다. 나는 누구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다만 ‘나는 이런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다’라는 정의에 안주해서는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은 변하기 마련이다.이름으로 불린 번호로 불리거나 생존자라고 불린 내 앞에 주어진 시간을 살아낼지는 Logo, 의미에 달려 있다. 인생의 변곡점을 하나 더 넘는 요즘, 삶의 의미라는 것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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