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닭국 먹는 날[고추냉이 아니고 고추냉이] 04

최근 남편과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실전은 볼 수 없지만 친절하게 옛것까지 볼 수 있는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호영이만의 정식 손님>이다. 최소 50년 이상 된 전국의 노점을 방문해 허영만이 연예인 한 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허영만 씨 특유의 편안함도 있지만 굳이 오랜 시간을 거쳐 맛깔스러운 식탁 앞에서 출연진 대부분이 경계심을 푸는 느낌을 받는다.

음식을 한입 맛보며 절로 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어제는 어렸을 때 TV 주말 연속극에서 자주 봤던 배우 김창숙 씨가 출연해서 누룽지백숙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기뻤다.

백숙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어머니의 부엌이 그려지다. 회사에서 식곤증 때문에 늘 점심을 거르는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늘 저녁을 정성껏 준비했다. 결혼할 때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카레가 전부였던 어머니는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요리하는 데 열중했다. 서투른 요리는 <며느리감 요리책>이라는 당시 유명했던 요리책을 펼쳐 메모를 하면서 그날의 특별 요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특별식이 있었으니 바로 백숙이다. 이렇게 따뜻해졌지만 꽃샘추위에 몸이 움츠러들 무렵엔 어머니가 차려주신 특식이었다.

삼계탕처럼 인삼이나 한재료를 넣지 않았다. 우리집 닭백숙은 생마늘 몇 알 정도의 재료였다. 유일하게 은빛에 빨강 검정 사각 무늬가 들어 있는 압력솥에 엄마는 다섯 식구가 먹을 만한 큰 닭을 넣으셨다.아빠, 어디쯤 오는지 머리 긁어봐요. 당시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저녁을 준비하면서 엄마는 머리 부분을 긁적거리며 어디쯤 오는지 재 보라고 했다. 머리 긁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지만 엄마 아빠 여기까지 왔네 하고 이마 앞까지 긁적이며 곧 도착한다고 알릴 나이였다.

그리고 마루에 떨어지지 않은 베란다 문으로 아버지가 보이는지 밖을 둘러보았다. 날이 밝을 때까지, 아버지가 귀가할 때까지 우리집 거실의 암막 커튼을 닫지 않았다. 산을 깎아 지은 자리에 13층짜리 아파트 꼭대기에 있던 우리 집은 멀리서도 보였다. 퇴근길에 불이 켜진 집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아버지의 말에 우리 집 커튼은 아버지 퇴근 전에 절대 닫히는 법이 없었다.

쉿쉿, 하고 압력솥 추가가 요란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시간이 흐른 뒤 추가로 내려가서 재빨리 완성된 백숙을 접시에 차게 식히는 어머니였다. 뜨거운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를 위한 어머니의 배려였다. 왜 그럴까? 매일 보는 아버지였지만, 아버지의 퇴근은 언제나 기뻤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줄곧 아빠다!하고 안겼던 기억이 있다.

퇴근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부탁했다. 함께 먹게 되면 남이 못 먹거나 실컷 못 먹는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아버지를 닭발부터 돌봐드리는 어머니였다. 우리 삼남매도 부지런히 소금, 후추에 닭고기를 찍어 먹었다. 그러나 내가 개인적으로 닭고기보다 오래 기다린 것은 백숙해 온 하얀 닭 육수에 밥을 말아 먹는 순간이었다. 약간 기름진 국물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흰쌀을 먹다보니 온몸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깍두기라도 있으면 금상첨화, 국물 후루룩~ 깍두기 바삭바삭~ 그렇게 먹으면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우리 스태미너 식닭 백숙 때 기분에서 그런가? 나는 가정주부가 되어도 몸이 허전하다고 느낄 때 닭백숙을 한다. 삼계탕도 반조리품이 잘 나오는 시대지만 닭을 사다 직접 기름기를 빼고 손질하고 우리집 작은 압력솥에 닭을 넣고 백숙을 한다. 남편이 백숙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야근, 회식하는 날 우리집 저녁식사에 특별한 식사가 된다.

코로나 자기관리기간에도 어김없이 닭백숙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치킨도 좋아하지만 백숙도 아주 좋아한다. 내가 살만 바르면 그 살을 소금과 후추에 찍어 먹는 모습을 보면 어미새 곁의 작은 새가 아닐 수 없다. 닭살을 한참 먹으니 어머니의 닭국 닭국이 난리다. 나는 미리 어린이용으로 국그릇에 차게 하려고 놓아둔 국에 밥과 살코기를 함께 말아준다. 그 스프를 후루룩 마시면서 「따뜻해!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들, 내가 커서 받은 사랑을 이렇게 음식으로 아이들에게 다시 전하고 있다. 아이들도 언젠가 크면 나와 이렇게 모여 닭백숙 먹던 풍경을 추억하며 살아가기를, 나도 이 사랑의 기억으로 차가운 시간을 견뎌냈듯이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7시쯤부터 엄마는 부엌에서 아빠의 저녁술을 드셨다.그때 어머니가 특별히 만드신 요리를 잊을 수 없다. 그걸 몇 번 만들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새우살을 썰어 쫄깃쫄깃한 것을 식빵 사이에 넣어 튀긴 요리는 실로 황제의 요리처럼 보였다. 당시 어느 집이나 그런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아버지의 만족감과 행복감은 거의 완벽하게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곳에는 눈길 한번 새지 않던 우리 가족만의 낙원이 있었다.엄마 박완서의 부엌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 허원숙- ^^상기 에세이는 동사연카페(아래 링크)에 동시 게재됩니다. 카페 공감과 댓글은 사랑입니다~ http://cafe.naver.com/passionate/10140 오랜만입니다~ 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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