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준비생이다 나는

대박 글을 찾았어. 랜치 플랫폼에 다시 글을 올려볼까 하고 로그인했다가 이 글을 발견했다. 2020년 12월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쓴 글이다. 지난날의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한 문장 한 문장마다 보였다. 고민과 고뇌, 허심탄회하게 분출되는 모든 감정의 집결체였단 말인가. 어디 가서 아나운서 준비해!라고 속시원히 밝힌 적이 없어 아무도 보지 않는 플랫폼에 가서 문자로 선언한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한 번 읽어보면 감탄하기도 한다.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 읽어 보면 감회가 새롭고 공유한다.

“나는 아나운서 준비생이다” ● 언제부터 아나운서를 꿈꾸었는가 : 아나운서 연대기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학원에 다니기 시작해 학원을 끝으로 전직 연합뉴스 아나운서에게 과외를 받았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난 예전부터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한 번도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래전부터 아나운서를 갈망해왔다.

초등학생 때도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방송부 아나운서에 지원했지만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무조건 지원하는 바람에 필기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월화수목금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뭔지도 모르고 치른 시험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실 내게 방송부는 늘 도전해 보고 싶은 과제였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초등학교와 중고교, 대학 때도 도전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고등학교 방송부였던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고교 당시 방송부는 수업을 자주 들어야 했고 나름대로 공부를 택할지 방송부를 택할지 고민하다 방송부 지원을 포기했다. 내가 내린 선택이었지만 방송부에 도전조차 하지 않은 것을 3년 동안 남몰래 후회했다.

중학교 때 제 아나운서의 꿈을 제대로 흔들어 주신 분이 계시네. 일주일에 두세 번 수업을 들은 영어 선생님이다. 평소 발표하기를 좋아해 영어 수업시간마다 손을 들어 발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하교 도중 엄마와 교무실에 들렀더니 영어선생님은 나영이 목소리는 정말 귀에 못이 박힌다며 목소리로 하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선생님이 그 말씀을 하시면서 앉았던 자리도 생각나니 그 말씀이 당시에도 참 좋았던 것 같다.

대학 입학 후에는 중국어로 먹고 살겠다고 결심했고 아나운서의 꿈을 뒤로 미루기도 했다. 한 번도 말한 적조차 없기에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작은 소망마저 잊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재학한 대학은 이 가운데 전공을 필수로 선택해야 했다. 언어특화 대학인 만큼 진출 분야를 넓히려는 학교의 방침이었을 것이다. 이 중 전공을 선택하던 날 나는 남이 지원한다는 경영학과 경제학과를 뒤로하고 언론정보학과에 지원했다. 언론계에 있는 이들이 내뿜는 일명 간지에 눈이 뒤집혔다. 물이 이미 떨어지는데도 삼촌 주변에 이미 취업한 사람들은 다들 언론정보학과를 왜 이중전공으로 선택했느냐며 여기저기 쓴소리를 했다. 사실 아나운서가 되면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 크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언론정보를 공부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아나운서의 꿈이 떠올랐지만 입에서는 절대 꺼내지 않았다. 준비가 안 돼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데 대한 부끄러움이었을까.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졸업생 멘토링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공고문을 확인했다. 여기에 학교 출신 아나운서 선배들이 4, 5명씩 후배를 맡아 멘토링을 해준다는 것이다. 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부산MBC 스포츠 아나운서였던 선배와 현직 SBS 아나운서의 여러 조언을 들으며 아나운서의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 멘토링에서 만난 아나운서를 준비한다는 한 형의 도움으로 아나운서 학원까지 다니게 됐다. 당시 일면식도 없던 편이었는데 (지금도 연락을 하지 않고 있지만) 아나운서 학원에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망신 없이 아나운서 학원의 추천을 받았다. 친분이 없는 나에게 아나운서 학원별 가격과 분위기, 커리큘럼 등을 엑셀로 정리해 전달하던 기억이 문득 난다. 그 분의 도움으로 아나운서 학원의 종류를 파악해 본격적으로 상담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꿈이 절실하지 않았던지, 학생들의 본업에 집중하기 힘들었던지 학원 추천을 받고도 6개월이 지나서야 아나운서 학원에 등록했다. 학기를 앞두고 아나운서학원을 서둘러 등록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세 시간 수업을 들으러 학원에 다녔다. 그렇게 아나운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벌써 1년. 그 동안 여러가지 경력도 쌓고 최종면접도 하고 활동영역을 확장시켜서 다방면에 도전하고 있다. 자소서를 하염없이 매일 쓰고 아나운서의 꿈에 달려가고 있다. 나는 내가 아나운서가 되는 것을 알고 있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그 길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안다.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한마디를 이제야 개운하게 선언한다.

나는 아나운서 준비생이다.(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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