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딱 두 번 점을 봤다.한번은 사회초년생 때 회사 동료를 따라갔던 논현동 점쟁이.그 당시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하다며 꽤 많은 견료를 준비해 갔는데 아줌마가 아닌 아가씨여서 그런지 별로 맞출 것도 없이 15분 정도 급하게 보고는 쫓기듯 나왔던 기억이 있다.저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것도 없었던 반면 같이 갔던 동갑내기 회사 동료는 아주 나쁜 실수가 나와 한동안 충격이었다.
두 번째로 점을 보러 간 것은 결혼하기 1년 전.결혼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라 지금의 남편과 사귄 지 1년 정도 됐을 때였는데 회사 이직 문제로 갔다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물에 있는 ‘토정비결’이라는 이름의 점이었다.또 있는지 누가 제보해줘!
관람료가 5만원으로 25분 정도 봐줬는데 사주를 넣기 전에 얼굴을 보고 제비를 연달아 읊어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난다. # 관상 전문인 것 같다.회사 문제는 차치하고 남편의 직장과 어른까지 차례로 맞췄다.같이 간 친구는 남편에게 여자가 있으니까 아이가 생기기 전에 이혼하라고 했는데 아니라고 남편을 감싸고 그 달에 딱!남편의 바람둥이와 마주치는 일이 발생했다.정말 신기해. 하지만 거기서도 난 딱히 달라진 게 없고 그냥 무난했던 것 같아.그림과 글씨가 보이는 직업을 해야 하고 부동산에 손을 대면 돈을 번다는 말만 기억에 남는다.ㅎㅎㅎ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1월 1일 일산점쟁이 일월당에 인생에서 세 번째 점을 보러 갔다.딱히 답답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남편도 저도 슬슬 건강 걱정이 되는 나이이고 진로 문제도 걱정되는 나이인데 딱히 방법이 없으니 가게에서도 보면 좀 시원하지 않을까 싶을 때쯤 일산에서 제법 입소문이 난 #일월당점을 찾게 됐다.
새 가게는 처음이었지만 지금까지 방문한 2곳의 가게 중 하나는 논현동 호텔 앞 빌라였고 다른 하나는 압구정 로데오 거리 입구의 한 상가여서 가게 외관이 바뀌지 않은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내부가 이런 모습인 것은 처음이었다.조금 놀랐지만 예약한 보살님은 이전에 다녀온 곳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초중년 여성이었다.빌라도 길가에 있고 맞은편에 카페도 있어 위험한 지역이 아니다.(혼자 가도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것).
일월당 신당은 이런 분위기다. 촛불은 뭔가 기원할 게 있는 분들이 밝힌 것 같다.
부부 중심으로 제비를 봐주시고 남편 이름의 한자가 좋지 않아 말하니 무조건 개명하라고도 하셨다.불용한자를 쓰고 있기 때문에 염두에 둔 부분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 하라고 분명히 말씀해 주셨으면 생각대로 결정할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어린 아이들의 운세는 좋게 봐주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6살 아이의 것까지 살짝 봐주시고 아이들의 운세도 무난해서 좋다고 했다.둘 다 예능에 소질이 있고, 어린 아이는 엄마처럼 역마가 있고 외국에 나갈 수도 있다고.사랑받는 사주라 사는 게 편하다며 안심했다.큰애도 무난해서 점쟁이가 좋은 편이고 특히 중장년기에 운이 굉장히 좋다고…
일산점 일월당 보살님의 스타일이 소심해 단호하게 끊거나 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어쨌든 전에도 그랬듯이 우리 부부와 가족들은 특별한 일 없이 무난한 삶을 사는 것 같아서 그런지 걱정되는 말도 별로 없었고 인생의 대박도 없는 조금 지루하고 조금 안심이 된다.그런 사주 같은 사주야.어딜가나 한결같이 실수가 무난하다…ㅋㅋㅋㅋ
이곳에 앉아 사주와 이사은 등 여러 가지를 물었는데, 물어볼 것 모두 잘 가르쳐줬는데 특별히 걱정거리가 있어서 간 게 아니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평범한 이야기였다.나쁜 실수가 나온 것보다 훨씬 좋은데 뭔가 좀 아쉽다..사람의 마음이란…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여러 점술도구가 있었으나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저는 올해 3살이기 때문에 #삼재초를 조금 하고 이사를 갈 예정이어서 #이사 문제, 그리고 남편 #직장 문제, 이름 #개명에 대해 점을 봤다기보다는 뭔가 상담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조금 강한 사주를 가지거나 부딪힌 문제가 심상치 않은 경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무난하게 흐르는 사람 같아 결정장애가 있는 문제에 대해 마음을 정하는 데는 도움이 됐고, 나라는 여자 평소처럼 내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타입이라 좋은 이야기는 더 부풀리고 좋게 생각하고 웃었던 그런 점이었다.ㅎㅎㅎ
답답한 일이 있을 때 한번쯤 방문해 분풀이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지금까지 제가 다녀온 철학관이나 점쟁이들에 비해서 거의 1시간, 꽤 긴 시간을 봐줬는데 이제 끝내라는 그런 뉘앙스가 전혀 없어서 너무 좋았다.^^ 굿굿
주차장은 집 앞이나 집 뒤 놀이터 옆으로 하면 되며 예약은 필수다.친구나 남편과 함께 가는 것보다는 혼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보살님이 많이 오시면 옆사람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에 엄한 말을 조금 초조하게 하면.ㅋㅋㅋㅋㅋㅋㅋㅋ
3살인데 2020년이 2019년보다 좋다니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