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가 아까운 [모터 엔진] 반지의 제왕만 떠서

움직이는 것을 모두 삼키려는 거대도시 ‘런던’ 탐욕스러운 거대도시 런던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려는… movie.naver.com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의 2018년도 SF 영화 모탈 엔진을 봤다. 판타지와 SF 모두 상상력에 바탕을 둔 내 최애 장르로 이 업계에서 피터 잭슨은 레전드다. 호빗이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여전히 반지의 제왕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는 명장의 손에서 스팀펑크 같은 SF가 나와 잔뜩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실망이 컸다.

움직이는 도시를 앞세워 홍보했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장면은 별로 없었고 다른 도시들도 이름만 언급됐다. 또 다른 축을 받치는 비행정들도 클라이맥스 장면을 제외하고는 부진했다. 액션 장면이 많을수록 CG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겠지만 충분한 예산을 동원할 수 있는 피터 잭슨의 이름에는 다소 미흡했다.

전체적인 배경을 내부가 아닌 외부의 액션 중심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총을 쏘고 격투하는 것은 다른 영화도 많은데 오히려 차별성을 떨어뜨리고 환상적인 장면이 나중에 등장하는 것도 아쉬웠다.

줄거리나 인물 설정도 진부한 면이 보이고, 특히 반지의 제왕을 뒤집은 듯한 세력 구도는 오히려 오리엔탈리즘이 아닌지 부담스럽다. 서양의 견인 도시는 왜 사냥을 나가고, 왜 동양의 유색 인종은 정착해 살아가는 걸까. 게다가 런던이 벽을 공격하는 장면에서 런던 시민들이 열광하지만 정작 벽의 유색인종은 이들을 관용하는 것도 동양의 신화일 뿐이다.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런던의 모습은 ‘반지의 제왕’의 ‘미나스 티리스’를 연상케 하고, 동양의 벽은 모르도르의 벽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피터 잭슨이 사랑하는 배우 휴고 위빙은 이번에 악당에 등장하여 친근감을 주었다.

스토리 자체가 빈약해 볼거리가 생각만큼 많지 않아 아까운 작품이나 피터 잭슨의 판타지를 사랑한다면 한번 볼 만할 것이다. 이보다 더 본격적인 스팀펑크를 즐기고 싶다면 좀 지루하더라도 애니 스팀보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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