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낌적 느낌 (sentinel-guideverse)
호루라기 갈이
영선은 문 밖에서 들리는 사람인 척 신경을 곤두세우며 숨을 죽였다. 10분 전 센터로 복귀했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못해도 5분 안에는 그가 문을 부수듯 내리칠 것 같았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뚫고 들어가면서 이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그라면 충분히 그래도 남았다.쪼그리고 앉은 영선이 침대 머리 위에 놓여 있는 인터폰을 초조하게 했다. 숙소를 순찰하는 감찰단과 연결된 직통전화였다. 만약 그가 정말 여기에 나타나면 바로 연락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만약 저 문을 강제로 뚫고 내 앞에 선다면 -. 영선은 손에 든 권총을 내려다보며 작게 떨었다. 이 작은 철괴의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아마도 그것은 그다지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희망사항일 것이다. 매끈한 은빛 표면에 흠뻑 젖은 내 얼굴이 언뜻 비쳤다.
사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총을 쥐고 있었지만 아주 조금도 안전하지 않다. 센티넬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재래식 무기가 아니라 또 하나의 센티넬의 무력이었기 때문이다. 주먹은 주먹으로 이긴다. 그 진부한 불문율이 철저히 맞닥뜨리는 곳에 바로 유저의 세계가 아닌가.단순하고 무지하기 짝이 없는 세계였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하고 다른 모든 의식이 변화해도 힘의 논리가 진리가 되는 그들의 유치한 사고회로만은 전혀 달라질 줄 몰랐다. 오히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이들은 병적으로 힘에 집착하고 오로지 강함을 입증하는 것만이 개개인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유일무이한 공식인 것처럼 행동했다.센티넬의 이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장치를 개발 중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는 연구일 뿐이다. 애초에 내 유전자조차 완벽하게 분석하지 못한 인간이 인류가 발현하는 수백만 가지 초능력을 통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이고 넌센스인지도 몰랐다. 미미한 전류가 흐르는 팔찌를 채워 신체 강화를 제어하거나 지속 시간이 유한한 반신경성 약물을 투입해 정신 능력을 둔화시키는 등 개별 경우에 대입하는 데 그칠 뿐이다. 어쩌면 가이드로 태어난 이상 자신은 죽을 때까지 원치 않는 의무의 이행을 강요받으며 살아야 할 숙명일지도 모른다.
‘얼마나 더 기다리라는 거예요?’
영선은 얼마 전 연구실을 찾았을 때가 생각났다. 승급에 성공했을 때는 새로 태어난 듯 가벼웠던 심정이 자꾸 늦어지는 후속 조치에 점점 초조해졌다. 그래서 그저께 다시 혜진을 찾아가 따진 것이다. 약속 지키라고. S급이 되면 나로부터 그를 떼어놓겠다던 말을 실현시켜 달라고. 그러니까 –, 그를, 「죽여줘」라고.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혜진은 초조해하는 영선을 달래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일이 지연되는 것은 그가 한 달 전부터 A급 레드미션을 받고 소말리아 지역으로 파병을 나가 있기 때문이었고 불과 12시간 전 주어진 임무를 거한에서 성공시키고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용선이 지난달 급성 바이러스에 감염-아마 본인의 의지에서 비롯된 발병-돼 격리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함께 끌려갔을 임무였다.혜진은 그가 속한 센티넬부대 대전투자잠입조에서의 임무 평가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그러나 그것은 본부 사정에 불과했다.
센티넬이나 가이드에 등급이라는 꼬리표가 왜 필요해요? 그게 어떤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연구소장인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영선은 혜진이 자신에게 한 약속이 KSG에 정식 허가와 결제를 받아 이뤄지는 조치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라면 A급 센티넬을 순순히 폐기하도록 내버려둘 리가 없으니까. 순순히 죽을 놈도 아니고. 그러니까 오직 둘만의 약속이었어. 연구감사실장 마리아. 그녀가 자신의 권력을 통해 제공하는 개인적인 우대 조치.
2주만 더 기다려 주세요.’
혜진이가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다만 영선이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게 관건이었다. 언제 어디서 그에게 위협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아니 공포심은 자꾸만 이성을 무너뜨리고 불안을 끌어당겼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더 이상…”
모든 것은 휘인이 바라는 대로였다. 바로 ‘사귀지는 않았지만 소유한 관계’. 구체적인 다른 설명을 붙이기는 어렵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서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기 저 사람이 내 거라는 거지? 휘인은 바 테이블 구석에 서서 뭔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별이의 옆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렇게 느긋했는데 갑자기 내 것이 되겠다고 선언한 의중은 무엇일까. 휘인은 실감이 나지 않아 별이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났는데 뭔가 달라진 게 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휘인은 여전히 수상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이었고, 문별은 정체불명의 괴짜 사장이었다.
‘휘인아 휘이나 이리 와’
아, 몇 가지 특이한 게 있구나. 하나는 별이 나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과
“사장님 오세요.
“스윽?”
언니가 오세요. 얼마나 무서운가.
또 하나는 나에게도 언니라는 호칭을 강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뒤에 욕을 왜 해.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지 우리 착한 꼬마야 예쁜 말을 써야 예쁘게 커. 성장판이 닫힌 나이라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휘인은 날이 갈수록 밀도가 높아지는 병태 사장의 느끼함에 고지혈증 진단을 받기 직전이었다. 꾸물거림이 지나쳐도 한—정말 지나쳐 7옥타브 ‘시’를 찍었다. 미움은 그보다 3도 낮은 파 정도? 그래서 합치면 ‘시’랑 ‘파’. 시파. 진짜 저 사장님을 꽉.
휴 사장님, 아니 언니. 밤길 조심하세요. 내가 언젠가는 꼭 뒤에서 덮칠 테니까.
안 돼 휘인아, 아무리 내가 좋아해도 때와 장소는 골라야지. 길에서 나를 덮치면 성추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힌다.
덮친다는 것은 그 덮친다는 것이 아니라 뒤통수를 긁는다는 뜻입니다! 이 독불장군을 어떻게 해야 해!”
별이는 휘인에게 고백한 날을 전후로 한동안 조용히 있던 귀여움이 두 배로 활성화됐다. 아닌 척했지만 본인도 많이 고생한 것 같았다. 문제는 그 마음고생을 털어놓자마자 더욱 고집스러워진 그 포커페이스가 휘인의 마음을 긁어낸다는 데 있었다. 퇴직, 퇴직하고 싶다. 강렬하게 퇴직하고 싶다! 휘인은 소리 없는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빨리 와. 내가 개발한 신메뉴를 시음해줘.”
-최근에 맘페서치 방지에 관한 이슈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저 역시 오랫동안 안고 있던 문제라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몇 번인가 알파스에 대한 고민을 게시하고 빛을 발한 적도 있었습니다…)
고민됩니다. 자작글이라는게 50% 이상이 뇌내 망상 구현을 통한 자기 만족에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덕분들과의 댓글 혹은 작품 교류를 통해서 채워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거든요.요즘은 이 부분이 더 커지기도 하니까요.
이어지는 25회에서 스킨십 묘사가 있을 예정이라 더 망설여지네요.(사실 다 써놓고 이것 때문에 컷…) 예전과 같은 이웃 공개 활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그렇다고 제목으로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것 외에 본문까지 서방을 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읽고 계신 분들의 스토리 몰입까지 가지도 않고 글을 쓰는 저부터 감정이입이 안 될 것이 자명하고..
블로그를 그만둬야 할까요? <솔카 자주 /제대로 운영도 안했는데 화려하게 생색내는 재질;
아니면 저도 포스타입을 병용하면 될까요?
드디어 알파스라는 마약 같은 그늘에서 한 발 물러설 때가 온 것일까 싶습니다.
좀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다음 번에는 내일 옆 공개에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