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 하는 이유 (f eat.고민하지 마세요.) 고지혈증제 (LDL 콜레스테롤 낮추는 약, 스타틴)

내시경실은 준비되었다고 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진료실에서 고지혈증에 관해 진료 및 처방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랑이를 벌인 후

‘도대체 고지혈증 약에 대해 왜 이렇게 불안해!’

하고 마음속으로 굉장히 울컥했다.

환자는 이전에도 LDL 콜레스테롤(편의상 LDL)이 200이 넘었고, 이번에도 190이상이 나와서 high intensity statin(고강도스타틴)을 처방했지만,

평생 먹어야 돼요? 당뇨병이 되면 어떡해요? 약의 부작용은 없나요? 아스피린 먹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운동하는데 아무 도움이 안되나요? 라고몇번이나물어보는데요.

평생 드세요 영양제처럼 드시면 됩니다.’

공복 혈당치가 올라갈 수는 있지만 5개 정도 올라갈 수 있어 혈당치가 아주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고지혈증 약을 먹고 심혈관계 합병증의 예방 효과가 30% 이상 있으므로, 그 쪽이 이득입니다.’

사람에 따라 근육통이 올 수도 있고 우선 한 달 약 먹고 부작용이 없으면 그때 오래 처방해요.’

혈관에 지방 찌꺼기가 없기 때문에 아스피린까지는 먹지 않아도 되고 고지혈증 약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등등(어쨌든 이것보다 더 많이 대답했는데;;다 기억나지 않아.) 대답하고 나서 생각했어.

왜이렇게고지혈증약에대해서의사와환자의괴리가큰거지?

그래서 밤에 아빠한테 전화해 하소연했다.

아빠, 공복 혈당 5가 올라가는 게 왜 문제예요? 중풍이나 심근경색 발생률 30% 이상 낮출 수 있는데! “아는 의사도 혈액검사는 안 해도 고지혈증 약을 꼬박꼬박 repeat(반복) 처방하는데!” 아버지도 내가 고지혈증 약을 처방하는데! 왜 환자들은 고지혈증 약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ㅠㅠ내분비 의사 중 한 명은 나이 40을 넘으면 스타틴은 영양제처럼 먹어야 하는 거 아냐?

그리고 결심했다. 난 오늘 꼭 고지혈증 관련 포스팅 할거야. 어차피 밖에 비도 오는데 포스팅이나 쓰자. 덕분에 아침부터 논문 뒤적뒤적 조사하며 포스팅을 하고 있어(^^;;)

먼저 LDL 콜레스테롤이 왜 문제가 되는지 사진 한 장만 보자.

인터넷에서 입수한 사진이며 여기서 LDL 콜레스테롤은 누렇게 지방처럼 보이는 부분이다. 실제로 심근경색에 걸려 심장혈관을 연 뒤 흡입해 나온 찌꺼기를 보면 LDL은 혈소판과 맞물려 하얗게 보인다. LDL이 사진처럼 노랗지는 않다. 그래도 그 정도의 차이는 무시해도 좋다. 이런건 몰라도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어.)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호르몬의 원료가 되기 때문에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이다. 그리고 식사로 조절할 수 있는 여지보다 간에서 일정 수준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부분이 더 크다. 비율로 말하자면 식사로 조절할 수 있는 정도는 30%, 간으로 만드는 정도는 70%?

그렇다면 LDL이 높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출처 :

이 연구는 여러 연구를 종합해 나온 meta-analysis 논문이지만, 복수의 연구에 참가한 환자수를 모두 합하면 3만명을 넘는다. 결과를 보면 LDL이 175 이상이었던 환자는 major cardiovascularevent(중대한 심혈관계질환-이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치명적인 관상동맥질환, 불안정협심증에 의한 입원, 뇌졸중을 의미) 발생 확률이 32.8%이고, LDL이 125 이하인 환자에서는 16.5% 이하이다.

adjusted hazard ratio(보정한 위험비)를 보면 LDL이 175 이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LDL을 125를 비교할 때 심혈관계 발생비율이 42%(1-0.58)x100% 정도 낮음을 알 수 있다. 표를 보면, 심혈관계 질환 발생 비율만을 생각하면 LDL은 낮을수록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테이블을 보기 쉽게 그래프로 정리한 것이 아래 그림이다.

그럼 혈당은? 혈당이 올라가면 당뇨병 걸리면 이런 스타틴의 효과가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고 생각된다. 아래는 우리나라에서 나온 논문의 결과다.

출처 :

왼쪽은 고지혈증약을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공복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나타내는 표고 오른쪽은 고지혈증약의 강도에 따라 공복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나타내는 표다.

고지혈증 약을 꾸준히 잘 먹고 고지혈증 약이 강할수록 공복 시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얼마나 오르느냐가 중요하다. 왼쪽 그래프로 0.5mmol/l은 mg/dl로 바꾸면 혈당치 9정도에 해당한다. 즉 고지혈증 약을 꾸준히 강하게 먹고 올라가는 공복혈당은 5~10 사이라는 뜻이다.

그럼 혈당치가 10 정도 바뀔 때의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확률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위 사진은 당화혈색소 1%를 떨어뜨렸을 때 혈관관련 질환 예방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나타낸 그림이다.

여기서 당화혈색소는 평균 혈당 30에 해당한다. 뭐 사람의 몸이 숫자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계산하면 혈당치 10을 낮추면 MI(myocardia cinfarction, 심근경색)의 경우 발생확률을 5% 정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종합하면 고지혈증 약을 썼을 경우 설사 공복혈당이 올라가도 심혈관계 질환 발생 확률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이런 혈당치의 상승은 고지혈증 약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스타틴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 공복혈당을 올리는지 비교한 표지만 옆 pvalue가 0.05 이하인 statin이 주로 공복혈당을 올리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틴을 쓰면 무조건 공복혈당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가능하면 공복 시 혈당을 올리지 않는 약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라는 질문이 나올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보통 스타틴의 경우 이미 쌓여 있는 혈관지방의 찌꺼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LDL 찌꺼기가 쌓이지 않게 해준다. 고 한다. 그러나 고강도 스타틴인 아토르바스타틴, 로슈바스타틴의 경우 이미 쌓여 있는 혈관 LDL잔까지 일부 감소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

이 포스팅을 쓰기 전에 블로그를 몇 개 검색해서 심장 스텐트를 의사에게 로슈바스타틴을 다른 약으로 바꿔 달라고 했더니, 그렇다면 나에게 진찰 받으러 오지 말라고 꾸지람을 듣고는 계속 진찰을 받고, 좋아져서 인근 병원에 가서 결국 피타바스타틴으로 바꾸고, 공복 혈당도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약간 괴로웠다. 개인의 선택이야.

이런설명없이무조건약을먹으라고하는의사가틀린것아닌가요?라고물었더니진료를한번보기위해몇시간씩기다리는환자가있어서어차피돈을벌기위해서무리하게예약을받는데예약을조절해야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무슨 예약이 몇개월 지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인가, 라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그래도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의료진을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 누나가 말기 암으로 의사들에 대해 너무 힘들고 안타깝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는데 그 아래 글을 의사들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 는 내용이 많아서 놀랐다. 감사할 따름이다.

어쨌든 고지혈증 치료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약 처방이 다를 수 있지만 치료할 경우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고지혈증, 특히 LDL 치료할 때 약 먹는 것에 대해 너무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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