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데 고지혈증

얼마 전 두 번째 30세를 앞두고 김 기사는 종합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만 57세 남성, 키 174cm, 몸무게 60kg, 허리 69cm이기 때문에 아이돌이 입는 28인치 청바지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40대까지 25~26인치 허리였기 때문에 많이 굵어졌습니다. 평생 허리가 맞는 옷을 입어본 적이 없는 중년 아저씨입니다. 일반인 기준으로 보면 마른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고지혈증 판정을 받았어요.

고지혈증(Hyperlipidemia)이란 우리 몸의 혈액 중 지질의 일종인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나 중성지방(Triglyceride)의 양이 정상 수치보다 많은 상태를 말합니다. 지질(lipid)이란 물에는 녹지 않고 비극성 용매(분자간 회합을 일으키는 힘이 없는 용매)인 벤젠, 석유, 에탄올, 핵산 등에 녹는 생체를 구성하는 물질입니다. 즉 고지혈증은 혈관 내에 물에 녹지 않는 물질이 쌓여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상태입니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각종 대사작용, 해독, 분해, 합성 및 분비를 담당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등 대사작용뿐만 아니라 알코올, 바이러스, 약물 등 모든 유해이물을 도맡아 처리합니다. 잘 걸러낸 깨끗한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 통로에 지질이 쌓이게 되면 간이 병이 나서 제대로 해독작용을 못하게 됩니다.

건강검진에서 간기능검사 중 지질검사(Lipid Battery) 항목은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고밀도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저밀도콜레스테롤)입니다. 총 콜레스테롤이 230mg/dl, 중성지방이 200mg/dl, LDL 콜레스테롤 150mg/dl 이상일 경우 고지혈증으로 진단합니다.지질검사(Lipid Battery) 검사항목 임상참고치 고지혈증 김기사 총콜레스테롤(T.Chol) 125~199mg/dl 230mg/dl 288mg/dl 중성지방(TG) 42~149mg/dl

77mg/dl 고밀도 콜레스테롤(HDL-C) 35~70mg/dl200mg/dl81mg/dl 저밀도 콜레스테롤(LDC-C) 0~129mg/dl183mg/dl183mg/dl

여기서 의문이 하나 더 나왔어요. 콜레스테롤은 두 가지인데 왜 고지혈증의 근거로 하나만 봐? 의학 용어가 정말 어려워요. 잘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와 영어의 조합입니다. 3분의 진료 시간에 여러 가지 들을 수 없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면 반의사가 된다고 했는데 그때는 외과의사였고 중년이 되면 내과질환으로 공부해야 해요. 젊은 MZ세대 여러분들은 조부모님들이나 부모님들을 위해서 미리 공부를 해두는 것이 좋겠죠?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LDL(Low 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은 그림과 같이 피 속의 지방질 단백질이 과도하여 물에 녹지 않고 덩어리가 되어 길을 막고 있는 상태입니다. 혈액 속 지방질은 단백질과 복합체를 형성하여 물에 녹은 상태에서 혈액이나 세포간질에서 신체 각 부위로 전달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아서 녹지 않고 쌓이기 때문에 혈액 순환에 지장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합니다.HDL(High 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에는 항산화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어 조직 세포에서 세포막과 호르몬을 합성 또는 분해합니다. 고밀도로 흩어져 잔사를 분해하여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합니다.

액션 영화를 보면 악당은 무리지어 찾아옵니다. 하지만 흩어져 공격하는 한두 명의 주인공에 의해 떨어져 나갑니다. 그렇게 LDL은 흩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잔당이고 HDL은 혼자서도 멋지게 자신의 할 일을 해내는 히어로, 보스입니다.

고지혈증의 원인은 지방 중심의 식사, 운동 부족, 비만, 과음, 흡연, 유전적 요인, 당뇨병이나 신장 질환 등 기저질환 등입니다. 고지혈증 자체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방치하면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과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같은 중대 합병증의 위험인자가 됩니다. 평소 건강했는데 갑자기 쓰러지거나 죽는 경우는 몰랐을 뿐 고지혈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김 운전사님처럼 심장이 튼튼하고 운동량이 상당해서 비만이 아니라 과식이나 고지방식을 싫어하는데 고지혈증인 것은 음주와 흡연이 원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기사는 “잘못된 일만 있으면 술·담배를 죄인 취급한다”며 투덜거렸습니다. 친정어머니는 그게 원인이기 때문이지. 이제라도 각성하라. 저승길은 앞장서지 말라고 당부했다.

80세 생애 160cm 키에 몸무게 40kg을 겨우 넘기고(임신 말기 49kg) 가만히 있지 못하고 늘 움직이는 친정어머니의 고지혈증은 아자처럼 빵과 떡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 먹으려고 뭔가 만드는 게 귀찮으니까 빵이랑 두유 한 잔으로 식사를 마치고 냉장고에 남은 채소를 잘라서 넣고 부침개나 한 장 구워드시면 됩니다.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하면 오늘 단백질이 풍부한 달걀을 삶아 먹었다며 스스로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활동량도 많고 날씬한데 고지혈증이면 뭐 먹는지 확인해보세요. 몸은 정직하고 먹는 대로 들통나요. 김기사나 엄마는 날씬하기도 하고 그렇지도 않은데 잘 움직이지 않고 빵을 좋아하는 아자는 반성합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